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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곡 |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D.795 - 10.눈물의 비 (Tränenre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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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 나라 작성일18-02-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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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bert - Die schöne Müllerin D.795

올라프 베어 (바리톤)
제프리 파슨스 (피아노)

Olaf Bär (baritone)
Geoffrey Parsons (piano)

1986/06/16-20 (ⓟ 1987) Stereo (DDD)
Lukaskirche, Dresden
 

가곡 분야에 있어서 슈베르트의 업적은 다른 어떤 작곡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31세의 짧은 삶 동안 600여 곡의 작품을 작곡한 슈베르트는 18세기 유럽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가곡에 대한 인식, 즉 ‘가곡은 자연스러움과 단순함을 가지고 시의 내용(text)을 잘 전달해야 하는 매개체’라는 통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냈다. 즉, 이전까지는 단순히 텍스트를 전달하는 성악과 시의 운율과 내용을 보조만 하던 피아노 반주 사이의 불균등한 역할 구도를 깨고, 피아노 반주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노래와 반주를 서로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피아노 반주 역시 노래만큼이나 가곡의 의미와 본질을 전달하는 데 본격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슈베르트는 왕립 학교를 마친 1813년부터 리히덴탈의 초등학교 교사로서 3년간 근무하게 되는데 그 당시 접했던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서 강렬한 영감을 얻어 최초의 예술가곡으로 분류할 수 있는 [물레잣는 그레트헨 Gretchen am Spinnrade]을 1814년에 작곡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비로소 피아노 반주가 성악에 의해 표현되기 힘든 작품의 분위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하며, 노래와 피아노가 이중창의 요소로 어우러지는 특징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슈베르트의 지속적인 시도로 인해 비로소 우리는 이전의 가곡의 범주와는 다른 형태로 분류되는 ‘예술 가곡’(Kunst-lied)이라는 장르를 얻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음악세계를 관통했던 예술의 핵심은 바로 이 예술가곡에 있었으며 예술 가곡의 정점은 바로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두 개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Die schöne Müllerin], [겨울 나그네 Die Winterreise](원제는 겨울여행)를 통해 완성되었다.

시인 빌헬름 뮐러의 작품과 슈베르트의 음악

앞서 언급한 슈베르트의 두 연가곡은 모두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의 텍스트를 이용한 것이다. 독일 데사우 출신으로서 베를린에서 철학과 역사, 언어학을 수학한 시인 뮐러는 나폴레옹에 대항해 일어난 프로이센 전쟁에 참전한 이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1819년 뮐러는 독일로 돌아온 후 서정적 민요시 [발트호른 주자의 유고에 의한 시집]을 발표했는데, 이후 슈베르트는 이 시집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어 시집의 1권의 내용을 가지고서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2권의 내용으로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게 된다. 이 연작시에는 뮐러의 자전적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시인 뮐러는 슈테게만(Friedrich August von Stägemann)이 주관했던 예술 사교모임에서 활동했는데, 거기서 만난 화가의 여동생 루이제 헨젤(Luise hensel)이라는 여자를 사모하게 된다. 하지만 뮐러의 생각처럼 사랑은 순탄치 못했다. 결국 사랑하던 여성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 후 크게 실망한 시인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뮐러는 당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물방앗간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최종적으로 1820년에 이 연작시를 완성하게 된다.

슈베르트가 뮐러의 연작시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의견 중 하나로 헝가리의 귀족이었던 세체니 공(Count Szechenyi)의 비서로 근무하던 친구 란트하르팅거(Benedict Randhartinger, 1802~1893)를 방문했다가 그의 책상에 놓여있던 이 시집을 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연대기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 일화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뮐러가 이 시집을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에게 헌정하였으며 베버가 슈베르트에게 이 시를 소재로 가곡을 작곡해 볼 것을 권유했다는 설이다. 어찌되었든 슈베르트가 시를 입수한 경로의 진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슈베르트가 뮐러의 시에 나타난 시적 자아에 깊은 공감을 표명했다는 점일 것이다.

물방앗간 아가씨를 짝사랑한 청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

최초의 구상 이후 나머지 다른 시집의 작품을 추가적으로 덧붙여 완성한 [겨울 나그네]에 비해 처음부터 하나의 연작시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일관적인 스토리 속에서 각 텍스트들이 이루고 있는 앞뒤 연관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물방앗간 아가씨와 한 청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숲속의 시냇물을 따라 방랑하던 청년은 물방앗간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 잠시 정착하게 된다. 그 집 주인에게는 어여쁜 딸이 하나 있었고 청년은 그 처녀를 사모하게 된다.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은 꿈에 부푼 청년은 주인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인정도 받게 된다. 그러나 아가씨는 새로 나타난 사냥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질투심에 괴로워하던 청년은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시냇물에 몸을 던져 죽음으로 최후를 맞는다.

이 비극적인 연가곡은 최초 1824년 자우어 & 라이데스도르프 사에서 5권으로 분할되어 출판되었고, 슈베르트의 친구였던 성악가 쇤스타인(Karl Freiherr von Schönstein, 1797~1876)에게 헌정되어 초연되었다. 하지만 당시 연가곡 전곡이 모두 불리지는 않았으며, 비로소 전곡이 모두 연주된 것은 1856년에 이르러서였다.

1. 방랑 (Das Wandern) : 5절의 유절가곡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밝은 느낌을 품고 있다. 왼손의 8분 음표 음형은 방랑자의 발걸음을 연상시키며 16분 음표는 시냇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2. 어디로 (Wohin?) : 냇물을 따라서길을 떠나는 젊은이의 기대가 이어진다. 반주부의 오른손이 6연음으로 냇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3. 멈추어라 (Halt!) : 장면 전환적인 곡으로 반주의 저음부에서 물레방아의 회전을 묘사하고 있다.

4. 시냇물에게 감사 (Danksagung an den Bach) : 젊은이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는 이곳에서 머무르려고 결심한다. 반주부는 유장한 냇물의 흐름을 묘사한다.

5. 일을 마치고 (Am Feierbend) : 일을 잘해 아가씨의 마음을 얻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자신의 힘을 탓하는 젊은이의 한탄이 이어진다. 젊은이의 이야기는 총 3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대목에서 화음의 연타나 물레방아가 멈추는 것을 묘사하는 인상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6. 호기심이 강한 젊은이 (Der Neugierige) :5곡과 마찬가지로 3부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아가씨의 마음을 알고 싶은 젊은이의 마음을 나타낸다. 아가씨의 마음을 묻는 대목은 레치타티보 양식으로 되어있다.

7. 초조 (Ungeduld) : 4절의 유절가곡으로 되어 있다. 젊은이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묘사한 3음 연부의 반주가 인상적이다.

8. 아침인사 (Morgengruß) : 4절의 유절가곡으로 되어 있으며 4번의 반복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음형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감성으로 물방앗간 아가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9. 물레방앗간의 꽃 (Des Müllers Blumen) : 경과구처럼 쓰여진 곡이며 단순하고 소박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10. 눈물의 비 (Tränenregen) : 작품을 통틀어 가장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곡이다. 4절의 유절가곡으로 되어 있으며 아가씨와의 행복한 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A장조로 되어 있는 3절까지는 행복함을 마지막 4절은 F단조로 전조되는데 이는 급작스럽게 떠나는 아가씨와 이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복선처럼 제시된다.

11. 나의 것 (Mein!) : 사랑을 확신하는 젊은이의 행복한 마음이 나타나있다. 모든 노래 중에서 가장 힘찬 활기를 띠고 있다.

12. 휴식 (Pause) : 우쭐거리는 자신감은 불안감으로 급반전되는데 중간부에서 단조로 전조되는 부분은 그런 인상을 더욱 짙게 한다.

13. 초록색 리본으로 (Mit dem grünen Lautenbande) : 다시 소박한 민요 선율로 전환되며 명쾌하고 생기 넘치는 곡이다.

14. 사냥꾼 (Der Jäger) :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청년의 연적이자 경쟁자인 사냥꾼이 나타나 아가씨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자 청년의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청년의 마음을 표현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스타카토로 일관되며 청년의 격앙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15. 질투와 자랑 (Eifersucht und Stolz) : 반주부는 냇물 흐름을 묘사하지만 전과 다르게 리듬이 격해진다.질투심을 그려낸 듯하다.

16. 좋아하는 빛깔 (Die liebe Farbe) : 젊은이의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온다. 절망감에 그녀가 좋아하는 녹색 풀 밑에 묻히고자 한다.

17. 싫어하는 빛깔 (Die böse Farbe) : 청년은 결연히 이별을 선언한다.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결의가 느껴지는 강한 선율이 사용되어 인상적인 효과를 드러내며 끝부분은 처절하게 마무리된다.

18. 시들어 버린 꽃 (Trockne Blumen) : 느릿한 8분음표의 반주는 죽음을 결정한 청년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하다. E단조의 우울한 시정은 청년이 행복한 나날을 떠올리는 듯한 대목에서 E장조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E단조로 전환된다. 이 선율로 이후 ‘시든 꽃에 의한 서주와 변주곡’이 작곡되었다.

19. 물레방앗간과 시냇물 (Der Müller und der Bach) : 슬픔에 젖은 젊은이와 평화로운 냇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냇물의 노래는 상냥한 음의 반주가 이어지며 젊은이의 솔직함과 냇물의 우아함이 잘 조화되어 있다.

20. 시냇물의 자장가 (Des Baches Wiegenlied) : 청년의 마지막 노래로 단조가 아닌 장조로 유유히 제시된다. 5절의 유절가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차분하게 냇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청년의 고단한 모습이 그려진다.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Die schöne Müllerin D.795 - 10. Tränenregen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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