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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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시간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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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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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행 새벽 1시7분 열차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열차를
 내가 있던 자리로 날 실어갈 하얀열차를 기다린다
 짐짓 열차를 거부해볼까 하는 내 마음을
 오렌지빛의 플랫폼 가로등이 응시한다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다섯시간의 여정을
 너는 알 수가 없지
 즐거움과 위로를, 이해와 용서를 그리고 마지막
 공식처럼 짜여진 헤어짐을 인정하기에 부족했던 그 다섯시간을...
오렌지빛 포승줄로 나를 묶어 하얀열차에 태우면
 내 거친 열정이 순한 환자가 되어
 바른생활 평가의 예문에 착한사람의 본능으로 실리게될까?


건너편 플랫폼을 봐봐
 무엇도 거부하지 않고
 어떤 이별에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며
 내일을 위한 걱정도 없을듯한 여자가
 별의 궤적을 따라 땅을 굴러다니며 알 수 없는 말들을
 수평선 철로에 토해낸다
 정신병 환자일까?


헤어져 아픈 내 상처를 짓누르며
 육중한 새마을호 열차가 굉음 속에 뭣같이 선다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정히 없는 열차를 뿌리치고
 이제라도 다시 일탈로 도망갈까
 순간 내 고민 속에서
 건너편 여자의 구토냄새가 느껴진다


일상과 일탈 모두가 두려워
 어느것 하나에 온전히 행복해하지 않는 나를
 역겨운 자식이라며 구토하는 그녀를 밀어내고
 가로등이 오렌지빛 출발신호를 보낸다


순간순간마다 선택의 강요에 지친 영혼들을 싣고
 브레이크패드를 떨어내며 질주하는 열차에 누워
 죽음처럼 빨려드는 잠의 의식 끄트머리에서
 당신처럼 돌아가서 나도 행복하겠노라 시덥지않은 다짐을한다


도착시간 즈음에 잠을 깨우는 전화기의 진동
 구토하던 그녀는 에피소드가 되버렸고
 난 다시
다섯시간의 행복과 아쉬움
 사랑과 헤어짐
 일상과 일탈을 주제로 변주곡을 연주할 것이다

 


#1
불행도 행복도 모르면 정신병환자
#2
일상과 일탈의 쾌감을 모르면 불감증환자
#3
나처럼 정신병환자와 스스로를 비교하면 우울증환자
#4
원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임종을 앞둔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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