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희 님 / 그 남자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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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7 21:55본문
변두리로 밀려 이사온 빌라 하나
가야산 아래 평야를 평정했다
좌심방에서 한 사내 쓰레기를 들고 나와
버리고 들어간다
그가 피우는 온기는 빌라의 혈관을 데우고
벽을 데우고 그가 뱉은 한숨은
빌라 폐에 쌓여 검은 굴둑으로 뭉텅거리며
빠지리라
몇의 아이가 울어도
누가 못질을 해대도
묵묵히 제 몸을 내주는 빌라
난 그 옆에 작은 성냥갑 앞에
꽃을 놓고
스위치로 켠 달빛에 따듯한 시를 적는다
그가 버리는 슬픔과 오물이 하수도에서 지하로 쏟아져
흐르고 꽃을
피우고 대서양에 다다르면
새들은 부지런히 물어나르고
다시 이 집으로 열매로 돌아온 물들이
재미있게 하루를 건너리라
돌고 도는 세상에서
몇은 사랑하고, 고개를 숙이며 죽고
몇은 인내를 쓰게 화단에 심으리라
눈물과 바다를,
소금과 설탕도 적절히 배합해서
강아지랑 그 광경을 본다
강아지는 강아지 만큼의 행복을
난 나 만큼의 행복을 안고
현관문을 연다
아이들의 곤한 잠소리,
쓰다만 시노트
아! 행복으로 흥건하다
200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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