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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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양희 님 /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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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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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꽃 좀 봐요
해운대 젖가슴같이 솟은 봉분
차디찬 바다 물결 지나가는데
꽃무늬 무더기로 엎어놓는다.
붉은 루즈 덧바른 입술 깨물고
깔깔대는 웃음소리 바람탄다.
소금꽃 안치한 동백섬
소복 입은 안개 속에 낮잠 들추어
짓궂은 파도 파리한 입술 덮어준다.
붉은 꽃술 안에 든 피멍이
들끓다가 피를 쏟아낸다.
칼바람에 살을 베고 베는 곳마다
길이 열린다.
내 꽃잎은 어디에 잠기고
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칼질하는 바람은 힘센 인도자
꽃잎 잘라낸 바다 위에 둥둥
무덤에 묻힌 잘린 팔뚝이
휘이 휘이 내젓는 손이 저리다.
누구는 모래톱에 날리고
지상으로 환생한 꽃들의 무덤
누구는 고층 빌딩에서 떨어진다.
수백 년을 살아온 동백이
하늘에 만개하여
바다의 별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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