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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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님 / 사평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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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2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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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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