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이영옥 님 / 겨울 부석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8 12:53

본문

소백산 품에 깃들어 사는

능선을 모두 쓸어안고

절은 무슨 생각으로

저녁 어둠을 발라 제 얼굴 지우고 있는가

깊은 바다에서 도망쳐 온

커다란 목어 한 마리 범종루 천장에 매달려

어둠을 뻐끔뻐끔 피우고 있다

맞배지붕을 이고 있던 안개기둥은

스스로 몸을 헐어 바람이 된다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저 석등은

따뜻한 불빛 글썽거려본 지 언제였을까

고개 숙이고 오르다 보면 극락이라지만

안양루 마룻바닥에는

빈 바람이 쓸고 간 흔적뿐이었다

자리 잡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마음이

돌 하나로 떠 있는 부석사

헛된 시간도 오래 견디다 보면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는지

당간지주에 내 그리움 펄럭이게 내버려두고

범종루 떠받치고 있는 마른기둥 옆에

한자리 슬그머니 끼어들고 싶었다

아득히 눈 감고 있는 허공으로

눈발 점점 굵어지더니 사하촌의 밤이

한 이불을 덮고 하얗게 잠이 들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