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님 / 오이를 씹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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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8 12:57본문
퇴근길에 오이를 샀네
댕강댕강 끊어씹으며 골목을 오르네
선자, 고년이 우리 집에 첨으로 놀러온 건
초등학교 오학년
가을이었네
밭가상에 열린 조선오이나 따줄까해서
까치재 고추밭으로 갔었네
애들이 놀려도 고년은 잘도 따라왔었네
밭을
내려와 도랑에서 가제를 잡는디
고년이 오이를 씹으며 말했었네
나 는 니 가 좋 은 디
실한 고추만치로 붉어진 채
서둘러 재를 내려왔었네
하루에 버스 두 대 들어오는 골짜기에서
고년은 풍금을 잘 쳤었네
십오리길 교회에서 받은
공책도 내게 줬었네
한번은 까치재 밤나무 아래서 밤을 까는디
수열이가 오줌싸러 간 사이에
고년이 내 볼테기에 거시기를
해버렸네
질겅질겅 추억도 씹으며 집으로 가네
아무리 염병 떨어도 경찰한테 시집 간
고년을 넘볼 순 없는 것인디
고년은 뱉어도 뱉어도 뱉어지지 않네
먼 놈의 오이 꼭다리가 요렇코롬 쓰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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