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님 / 봄의 소식(消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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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3-01 23:15본문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 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계절에 대한시, 특히 봄에 대한 시는 유달리 많다
새생명,희망,시각적으론 파릇함...
움츠렸던 겨울을 빨리 보내고 싶어서인지도 모를 일
재촉하며 기다리는 봄이라....
그런 연유로 마을 사람들의 봄에 대한 소문은 한
편의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대하는 느낌이다
봄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발병>, <선지피>,
<자살>....
그러나 봄은 어떤 수소문, 어떤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이미 다가와 있음을 시인은 말한다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새생명, 희망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너무도 포근하고 눈물겹도록 친근한 봄이 느껴진다
새싹,아지랑이,개나리,
빨랫줄에 걸린 이불...
봄은 이렇게도 올 수 있구나 하는 색다른 목탄화의 이미지를 불러준 이 시에 감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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