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님 / 사랑이여, 천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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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3-04 23:51본문
깊은 밤,
여명이 오기 전에
나비는 허물을 벗고
진실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설움 떨쳐내고, 새벽 향기
취하여
나도 깊은 어둠을 부러 골라 걸었느니
삼나무 숲길에서
향기 쓸어 가슴에 안고
널 향해
밝음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이제, 동트는 하늘을
두려워 않으려고
긴 시간 날개를 말리는 수고로움
강도 건너고, 산도 넘었거든
하물며
그 산에, 그 강에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이 있으나
한 눈보다 더 어둡고
두 귀가 있으나
들을 수 없었던 절실한 것들
은 비늘 가진
어여쁜 물고기가 되어
흐르는 강을
거슬러 올라보고 싶었다
쓸모없는 폐기물처럼
보이는 눈은 가졌으되
버려진 진실을 주우려고
허리 구
부러 안간힘써도
진실의 소중함은 보이지 않고
바로 앞에 숨죽여
음흉한 웃음으로 날 염탐하는
혀 내민 욕망의
부스러기
화려한 미소 머금고
천사같이 가장된 나팔을 분다
살아 퍼덕이며
내게로 오는 그것의 정체에
나는
알고도 두 눈이 멀어 가느니
피폐한 내 새벽에
네가 날 위해 목마름 위에
한 방울의 이슬이
되어주고
천 일 동안만이래도
날 사랑해 줄 수 있다면
내 눈이 밝아지고
내 귀는 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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