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규 님/ 나는 언제나 고양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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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8 13:00본문
고양이로 하여금 쓰레기 봉지를 찢도록 한 것은
생선 찌꺼기의 비린내였나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 봉지를 찢고
있다
새끼들이 어딘가에서 떨며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의 눈은 터널처럼 깊고 그 속엔
어둠이 고여 있다
그 어둠을 파내어
내 눈에 바르면 나도 저것처럼 쓰레기 봉지를 튀지는
슬픈 아비가 될까
마흔이 내일
모래인데 자식들은 겁도 없이
가시로 내 생을 쿡쿡 찌르며 자란다
아내는 도망치듯 취직을 하고 폐결핵에 걸린
나는
한동안 붉은 객혈을 하다 한 줌씩 알약을 먹으며
헉헉거린다 거울을 보면 내 눈빛은 차츰 흐릿해져
간다
손톱으로 거울을 찢고 거울속의 나를 끄집어내어
눈을 후벼 파고 싶은 나날들
고양이는 쓰레기 봉지를
거침없이 찢어놓고
사라졌다 쓰레기 봉지를 테이프로 봉합하며
너덜거리는 내 생은 무엇으로
봉합하나
나는 언제나 고양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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