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란 님 / 시골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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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3-04 23:59본문
문을 밀치고 들어서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색바랜 성긴 머리를 만지다 말고
건성으로 인사를
한다
주인여자의 엉덩이만 한
둥그런 연탄난로 위에
찌그러진 노란 양은 주전자가
긴 한숨을 뿜어내고
있다
네에~ 돼지 다방입니다
찌들고 닳아빠진 보자기에
애절한 콧소리가 여운을 남긴 채
물결을
이루고
유행 지난 비키니 수영복
야릇한 미소로 추파를 던지는
국적불명의 미녀
신발에 묻은
흙만큼이나
세월의 덕지가 낀 남자 서넛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들어서며
커피를 외쳐댄다
꾸벅거리며 졸고 있던
커피포트가
화들짝 놀라 기지개를 켜면
지칠때로 지친 통굽신발이
질질 끌려나가고
돼지 다방 담벼락에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 두 개 위로
빌딩이 들어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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