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우 님 / 오늘, 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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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3-10 22:41본문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리고 만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도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가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소리 내어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터는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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