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이향지 님 / 집 없는 기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3-14 23:33

본문

리어카를 따라갔다
호마이카 장롱보다 작은 리어카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모퉁이
넒은 길은 좁아지고
등에 업힌 아이는 잠들어 축 늘어지고
 
좁은 길옆에 쪽문을 열어둔 파란 대문 집
문간 방, 연탄 광에 차린
캄캄한 부엌, 쥐들은 밥 냄새를 맡고
달그락거리고
 
리어카를 따라갔다
호마이카 장롱보다 작은 리어카
 
한 아이는 걸리고
한 아이는 업고
모퉁이를 돌아가면 또 모퉁이
한번 좁아진 길은 몇 번을 꺾어 돌아도
넓어지지 않고
 
리어카 위에는 아이들 목욕통
목욕통 안에는 빨간 비닐곰
조금만 눌러도 삑삑 소리를 내고
 
햇빛은 장롱 위에서 번들거리고
장롱에 딸린 거울은 쓸데없이 커다란 하늘을 담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