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님 / 누군가 나를 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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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4-03 22:00본문
사람들은 약수터에서 산을 떠간다
무덤 많은 산이라 물맛도 좋다며
뼈도 떠가고 눈동자도 떠간다
꽃이 피면 호랑이의
뿌리도 떠가고
민들레의 젖도 떠간다
단풍 들면 불타는 내장도 떠가고
금세 바스러질 듯한 세월의 손바닥도 떠간다
눈이 오면 시퍼런 몸, 최후의 숨결도 떠간다
줄을 서서 차례로 빈 통을 들이밀며
우리는 갸륵하게
산 뒤에
차려놓은 구름 한 덩이도 마저 떠간다
또 누군가는 나를 떠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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