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란 님 /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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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4-24 23:06본문
분명 꿈속에서 거닐었던 곳이다
칠 벗겨진 구멍가게 손잡이도 그대로이고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회 벽돌 담벼락의
낙서도
그대로이다
박문수, 깜상 바보.
언제나 페인트 냄새로 가득한 봄 동산
모형 헬리콥터 안에, 언니의 빨간
스웨터가
뒤통수 훤히 보이는 머리를
귀 아래로 잡아당긴다
찌든 기름처럼 엉겨붙은 삶
엄마의 등 뒤로
달라붙어
동생의 울음마저 잠재우던
저녁노을의 곤함도
고독의 수납장을 껴안은 소녀가
세상을 향한 도전장을 내밀며
방황했던 샛길도
낯선 거리에 몰래 버리고왔던
개나리꽃 가지에 숨겼던 사연
이제는 내 것이라 찾아와 소중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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