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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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님 / 어느 날 그녀가 나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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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4-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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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원하는 순간,
   의지를 갖는 순간의
   긴장과 구차함이 견딜 수 없이 싫다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필요한 것투성이다

   갖추려 들기 시작하면 마음은 들끓고
   몸은 분주해지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나날은 위축되고 누추해질 것이다.

   그런 것이 싫다면 침대 하나도 원하지 말아야 한다
   되는 대로 되라지
   언제까지 패드 한 장만 깔고
   딱딱한 바닥에서 자게 된다 해도 저항하지 말 것
   우리가 서로 사랑하려 한다면,
   마음이 가난해져야 한다 

   나비는 아무 때나 막무가내로 날지 않는다
   나비는 날기 위해서는 몸이 뜨거워져야 한다
   30도 이상의 체온을 유지해야 비상이 가능하다
   30도는 대상에 대한 사랑의 온도이다 
   모든 비상하는 자는 다른 무엇을 사랑하는 자이다.

   가슴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큰 날개를 가졌다 해도
   흙 바닥을 벌벌 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은 완전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그 때로 돌아가면 결코 완전한 건 없다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상처 때문에,
   유토피아적 환상이 생기는 것뿐이다. 

   유토피아란,
   그래서 미래의 이상이라기보다는 상처로 인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기도 하다.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늘 불완전하고 늘 잃어 가고 
   늘 어딘가로 가는 불확실한 과정 속에 있다
   누구나 망해서 죽는 것이다
   눈과 머리카락과 관절과 피부와 피의 온기,
   꿈과 시간과 사랑과 기억,
   잃는다는 건 당연한 지불이다
   우리 생애가 무임승차를 허용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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