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님 / 흐르는 물은 갈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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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5-01 20:23본문
밤새 가출했던 새벽이
들고 들어 온 보따리를 풀어 볼 때마다
별이 떨군 푸석거리는 먼지 하나
내 그리움이었다
먼지 낀 그리움을
저문강 흐르는 물에 씻어 내어
햇살에 뽀얗게 말려 봐도 남는 흔적은
또 다른
그리움이었다
달빛 한 조각 훔쳐 제 몸에 가두다
수인囚人이 되어버린 오랑캐꽃은
달빛으로 낮 삼아 밤이면 몰래
피어나니
그마저 그리움이었다
손이 얼어 문빗장을 열지 못한 한恨 이
서걱 이는 눈발로 남는 긴 겨울
밤에도
갈등하지 않고 흐르는 물은
제 연애질에 밤의 발목을 잡았었다
침묵의 나무 끝에 꽂힌 달의 심장은
시간이란 차가운 펌프질로 짙은 어두움을 불렀지만
어둠 속에서도 쑤욱쑤욱 커가는
풀잎의 소곤거리는 수다를 막지
못했었다
빠르게 흐르던 구름이
낮게 내려와 내 모든 그리움을 가려도
흐르는 물은 갈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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