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최윤희 님 / 고물차 팔던 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5-08 22:14

본문

몇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가망 없다고
누군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나는 차가운 종이에 종말을 서명했다
강철 심장으로도 못 견디는 게 있었구나
세월. 그 허름한 옷을 입으면
우리네 사막에는 모래바람 부는가
낯선 이에게 너를 두고 오는 버스 칸
끝내 아내 얼굴에 두 줄기 햇살 빛난다
툭 툭 어깨를 쳐봤으나
그럴수록 우물 속 깊은 두레박 소리가 난다
한 때 새파란 어깨를 걸고 쏘다니던
늠름한 은빛 기억 때문일까
이제 우리도 낡아 간다는 사실 때문인가
결코 헐값에 합의 한 건
손때 묻은 기억까지 처분한 게 아닌데
그녀는 고물만 보면
입에서 허기진 바람소리를 낸다
창밖으로 쫓아가는 가련한 시선
구식으로 물 긷는 미련한 낭만주의자
그 옆자리가 따뜻하다 

 

 

 

 

 

<2009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