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 님 / 어머니를 버리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9 11:21본문
풍 맞은 어머니가 밥을 드신다
안간힘으로, 왼쪽으로 오므려 씹는 만큼
오른쪽으로 밥알이 몰린다
오그랑오그랑 로봇처럼 밥을 씹는다
넘어가는 밥보다
흘리는 밥이 더 많다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넙죽넙죽 잘도 받아 먹는다 우리 어머니
꼭꼭 씹어라 꼭꼭 씹어
풍 맞은
어머니 말이...안...된다
밥은 묵었나 밥은 묵었나
전화 속의 목소리 이젠 들을 수 없다
살아서 밥밖에 할 줄 모른
어머니
줄 거라고는 밥밖에 없던 어머니
다시는 밥할 일 없다
밥 한 채 다 날리고 심심한 어머니
하루종일 누워있는
어머니
남자들에게 슬슬 버려지는 어머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