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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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님 /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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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5-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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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아빠는 섬 감옥에 갇힌 채

바다로 병을 던졌다

병 속에는 살려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다

삐삐는 말을 타고 바닷가를 지나가

병을 줍고 아빠를 구할 결심을 했다

힘센 삐삐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

한 손으로 역시를 들었다

삐삐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었다

별 것 아닌 손짓 발짓만으로

스릴 넘치는 액션도 없이

하지만 삐삐를 보면 슬펐다

세상의 악에 홀로 맞서는 천진한 아이

주근깨와 코가 말린 큰 신발을 보면

가슴 속에서부터 저며오는 눅눅한 우울

언젠가 소풍 갔을 때 나는 요구르트 병에

살려달라고 적은 나뭇잎을 넣어 시냇물에 흘려보냈었다

아직 나를 구원하려고 달려온 사람은 없어

넓은 바닷가 한 알갱이 모래를 줍는 일이란

실제로 삐삐는 죽었다고 했다

관 속에 들어간 삐삐를 누가 발견할지

삐삐의 말괄량이 짓거리는 여전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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