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님 / 가소로운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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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09 11:26본문
기숙사에서 살 때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풀밭으로 토끼들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시간이 없어서 저녁밥은 못 하고 당근 오이나 잘라서 먹자, 하고 당근 껍질을 벗기다가 녀석들을 보았다.
나는 당근을 던져주었다. 오물오물 단방에 먹어치웠다. 그후로 자주 나타나서 내가 당근을 던져주면 오물오물 먹었다.
이제는 당근이 집에 없는 날에도 나타나서는 내 방 앞 잔디밭을 어슬렁거렸다. 따로 당근을 사들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아무도 나늘 기다리지 않는 기숙사로, 비록 당근 때문이지만 찾아오는 녀석들이 참 예뻐서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내고
말았으니...
녀석들 중 두마리의 목에다 리본을 달아준 거다. 한 녀석에게는 푸른색을, 한 녀석에게는 붉은색을. 여름 내내 우리는 참
친해졌다.
용하게도 녀석들은 언제나 리본을 달고 나에게로 왔다. 껑충거리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았나보다.
어느 날 나는 기숙사 주차장에서 차에 치인 토끼를 보았다. 그리고 푸른 리본도 보았다.
나는 또 욕심을 내다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다. 내 것이라고 표시하기, 얼마나 가소로운 욕심이었는가.
마치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것이라고 표시되기를 바랐던 그때의 눈먼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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