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황학주님 / 나는 밤 두 시에도 버스를 기다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9-09 14:01

본문

버스를 기다린다
밤 두 시 비로소 불을 끄고
아주 조그맣게 남아서


한쪽으로 쓸쓸한 꽃 같은 기도를
오래오래 가슴에 앉히며
내 빈 방의 구겨진 길로 달려오는
환한 차창의 버스를 기다린다.


풀뿌리 밑 같은 제일 낮은 데를
홀로 적시고 있는
이 진창, 이렇게 어둠 많은 데를
그리운 이여 찾아오고 있는지
밤 두 시 늦은 버스를 기다리면


묵묵히 견디고 있는
풀씨 파묻힌 마음 언저리
말이 되지 못한 채


사랑이 외로워지고
때론 모래를 등에 업은 듯
세월의 허전한 자취들이 무거워
세상을 다 헤매는 듯하다.


해명되지 않는
삶의 틈서리에 앉아
이 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남자의
뒷등을 따뜻이 덮어줄 이여
흙 같은 살 한 줌의
그리움이 깊고 부드러우면
이런 시간엔 반드시 어디쯤에서
내 사랑을 기다리게 된다
아직은 가질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사랑.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눈물 하나를
아, 사랑하고 있으면
밤 두 시에도 그를 기다리게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