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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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님 / 하루가 담긴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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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9-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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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을 차곡차곡 접어 가방에 넣었다

시간 한 다발 지불해도
꽃 같은 일은 사지도 못하는 세상
꿈이 닿지 않는 검은 도시에는 비 온다
추억에서 전송되는 메시지들은
아득히 또 어딘가 스며들 틈을 노리는데
배수관이 막혀 버린 눈물은 어디로 흘러가나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며 꺼내 쓴 시간은 겨우 자투리 한 장
네가 보낼 답장을 기다리는 날들은 자투리 열장쯤,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지불해야 할까

삶이란 가끔 터무니없는 계산서를 펼쳐보기도 하는 것
어제 마시다 버린 혹, 포도주 몇 모금 얻어진다면
마른 가슴으로도 사랑을 부를 수 있는 것, 삶이란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검은 도시를 떠도는 것
지푸라기 한 올 떠있지 않은 망망대해에서  
흔들리고 흔들리며 치열하게 두려움을 견디는 것    

어느 날
예금한 시간을 몽땅 찾아 두둑해진 가방 들고
마음의 평원, 그 광활한 품에 들 수 있다면
가방 열고 무진장 시간을 천지에 뿌려대며
무거운 영혼들 모조리 사들여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오늘도 변변한 희망 하나 구입하지 못한 채
화폐개혁 된 묵은 지폐 버리듯
가득 쌓인 시간다발을 휴지통에 버린다
내일의 신권으로 채우기 위해 탈탈 털어 비우고
오늘을 담았던 가방의 지퍼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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