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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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님 / 백 한번째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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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9-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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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가령 백번쯤 채이고 버림 받았다면
그만 지치기도 했을텐데
집어치우고도 싶었을텐데......
그는 지금 백 한번째 프로포즈에 설레는 것이다.


빌딩은 도도하게 하늘을 찌르고
차들은 기세좋게 달려 나간다.
여자애들은 철 바꿔가며 색을 뽐내고
노래방의 네온사인은 불 꺼질줄 모른다.


수없이 다짐한 세상과의 절연
쓰린 결별 아픈 상처의 부르스
괴로울 만큼 괴로웠지만
이것이 다만 접착제보다 질긴
늘어진 냉면 다발같은 집착이라면
이것이 다만 끊어내고 끊어내도 길길이 날뛰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같은 욕정이라면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먹고싶은 것이다.
저지르고싶은 것이다 갈데까지 가고싶은 것이다.


가령 백번쯤 세상에 채이고 버림 받았지만
그는 지금 백 한번째 프로포즈에
두근거리는 것이다.
세상과 연애는 끝나지 않는다.
지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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