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나윤경 님 / 가을 삽교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11-30 22:33

본문

 

스쳐 지나는 간이 역사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어 본 적이 있었다

 

 

 

잃어버린 세월이

 

뭉텅뭉텅 올라와

 

그리워 하기에도 벅찬 느낌을

 

바람에게 조차 들키기 싫어

 

역사 양옆 화단에 핀

 

계절꽃들만 공연히

 

바라보는척 했었다

 

 

 

그것이

 

눈물이라고 말하기도 싫어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 가 없었다고

 

매드라미나 사루비아에게

 

낮게 속삭였던 일

 

 

 

내가 바람과 눈 맞춤을 피한사이

 

기차는

 

가을을 가르며 지나 갔었다

409cddca6844ff29c08db8287785d2e6_1480512

사람이 있으면 서고 없으면 지나치는 시골역
▶ 오가역

오가역이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예산과 삽교를 잇는 철로 사이에 겨우 비집고 들어가 있는 조그만 시골역. 초가을이면 배가 주렁주렁 열리는 과수원과 길게 뻗은 논두렁 어딘가에 겨우 틈을 내어 서 있는 까닭에 마을 사람들을 붙들고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시원한 논을 마주하고 있어 휑하기만 한 곳. 여기에 조립식 판넬로 단촐하게 지은 세평 정도의 조그만 역사와 아무도 살지 않아 허물어질 듯한 기와집 한채만이 서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이 둘을 작은 표지판 하나가 지켜주고 있을 뿐이다.

비바람을 겨우 피하는 것에 만족할 법한 오가역사 안에는 하루 여섯번 정차하는 열차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벤치가 놓여 있다. 열차 시각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하기 짝이 없다. 상행선은 서울행 두번과 천안행 한번, 하행선은 장항행이 세번 지나 갈 뿐이고 모두 통일호 열차다. 따로 출입구도 없고 역무원도 없는 탓에 그냥 시간에 맞춰 서 있다가 열차에 오른 뒤 삯을 치르면 된다.

그저 사람이 있으면 서고 없으면 지나치는 오가역. 그래도 기차는 자신을 기다릴 누군가를 위해 어김없이 이곳을 지나고, 사람들은 때가 되면 이곳에 모여든다. 믿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 그냥 지나치기에 그 기다림은 너무나 살갑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