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내가 좋아하는 시음악과 시와 사진으로 감성을 공유합니다.
 

강연호 님 / 허구한 날 지나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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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 나라 작성일18-03-0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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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다.
허구한 날 내 마음의 공터에는
혼자 놀다 심심해진 햇살
곰곰 한 생각에 지쳐 그늘 키우고
기다리는 일 많으면 사람 버리기 십상이라며
귓바퀴에 잠시 머물던 바람결 총총히 사라진다.

저 햇살 저 바람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는가.
고개 갸우뚱하면 침착하게 낙법을 연습하던 나뭇잎 몇 장
내일 또 오마는 약속처럼 어깨에 얹힌다.
삶이란 이런 거다
건너편 아파트 베란다에 널렸다 걷히면서
다시 더러워질 결심을 바투 여미는 흰 빨래의 반짝임 같은

세월아, 갈기갈기 찢기고 늘어진
하품에 지쳐 나는 너에게 줄 그리움이 없는데
너는 손 벌리고 자꾸만 손 벌리고

사진틀 속에 흑백으로 갇힌 날들이 파닥 거린다.
더러 지나간 날들이 예쁘게 이마 짚어주지만
아무리 기억의 초인종을 신나게 눌러도
그때, 그 들길, 첫 입맞춤
풀잎, 풀잎, 풀잎, 서걱서걱 서투르다며 흉보던 날들은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텅 빈 우편함에는 수취인 불명의 먼지만 쌓여갈 뿐

내 한 번도 같이 놀자고 한 적 없는
세월아, 내가 언제 숨바꼭질 하자 했니?
그것도 모자라서 세월아
왜 나만 술래 되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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