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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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님 / 양철 지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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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 나라 작성일18-03-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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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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