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낙추 님 / 분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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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0 23:00본문
논둑머리 끝집 지날 때면 생각난다
까맣게 그을린 엄마 얼굴 하얗게 분칠해 준다며
철부지 외아들이 분꽃을 심었다고
자랑하던
형수
분꽃 한창 필 무렵
그 아들 방죽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은 뒤부터
방안에 틀어 박혀
벼포기가 새끼쳐도 나하곤
상관없다
콩꼬투리가 매달려도 나하곤 상관없다
까맣게 탄 얼굴 분단장에 정신 팔려
한여름 다 보내고
분꽃씨 영글
무렵
소슬바람 되어 사라지더니
미쳤다는 소문에 문짝 하나 덜렁
죽었다는 풍문에 담장이 와르르
술병 난 형마저 구름 되어
떠난
논둑머리 빈집 지날 때면 귀가 쟁쟁하다
장독대 깨진 항아리 곁에
올 여름도 만발한 분꽃
진분홍 꽃입술
달막이며
엄마 얼굴 밀떡같이 하얗게 분칠해 줄게요
까만 얼굴 밀떡같이 하얗게 분칠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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