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님 / 燒酒甁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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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0 23:06본문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간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불을 품은 몸의 사내(소주병)가 있다.
그를 마시고 사람들은 피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을것이다.
하지만 불을 누군가가 다 소비했을 때 그는 비참하게 버려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시인은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에서
아버지의 흐느낌을 듣는다.
그도 어느새 잔(자식)에다 자기를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가는
아버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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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시가 있는 아침'에서, 이재무 詩人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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