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님 / 방언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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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0 23:13본문
내가 한낮 속으로 걸어갈 때 내 안으로 들어와 내 양말을
빨래하는 여자 내 런닝구를 빨래하는 여자 내 팬티를
빨래하는 여자
빨래하다 하얗게 빨래되어 가는 여자
비누거품 하얗게 일어나는 여자
인사동 골목을 돌아갈 때 인사동 골목을 돌아 내 안으로
들어온 여자 내시를 읽어주는 여자 내 운세를 읽어주는 여자
내 발자국을 읽어주는 여자 내 상처를 읽어주는 여자
내 상처
위에 눈물 떨구는 여자
내 상처 위에 스킨다비스 줄기뻗어가게 하는 여자 나를 읽다
나에게 한 줄 두 줄 읽혀지는 여자
내
쓸쓸함에 밑줄 그어주는 여자
내가 저물어갈 때 내 안으로 저물어 온 여자
내 독을 대신 마셔주는 여자 내 안의 고통을 쓸고
닦아주는 여자 내 안으로 별을 불러준 여자 내 안에 환풍기를
돌려주는 여자 내 안의 앙금으로 수제비 떠는 여자
내가 미칠
때 함께 미쳐 지금은 방언하는 여자
울루루 빵까 빵까 콩멩 텡텡 윙윙 밍 탕 밍 탕 방언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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