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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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님 / 라면을 먹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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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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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
          나의 가난을 자랑하기엔
          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
          신문지를 쫙 펼쳐놓고
          더 많은 국물을 위해 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
          반찬이 노란 단무지 하나인 것 같지만
          나의 식탁은 풍성하다
          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의 양념으로
          팔팔 끓인 스포츠면 찌개에
          밑반찬으로
          씀바귀 맛 나는 상계동 철거 주민들의
          눈물로 즉석 동치미를 담그면
          매운 고추가 동동 뜬다 거기다가
          똥누고 나니까 날아갈 것 같다는
          변비약 아락실 아침 광고하는 여자의
          젓가락처럼 쫙 벌린 허벅지를
          자린고비로 쳐다보기까지 하면
          나의 반찬은 너무 풍성해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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