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미 님 / 냉장고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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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2 13:31본문
이 속은 환한데? 이곳은 환한 내부.
멀리 안 가도 되겠어, 엄마
어떠한 환속도 우릴 기다리지 않고,
이곳은
진짜로 환하군. 강보에 싼 아가들이 유골로 박혀
있군.
신문지로 둘둘 말거나 쇼핑백에
대충 접어 넣지 말아요.
아기는
버리실 때에도 예쁘게,
조심하거라. 잘못 짚으면 와르르 무너질 거야.
이 방엔 산발한 어머니가 참
많이도 매달렸군.
배곯은 아기울음은 나를 흥분시키지,
유두 끝에 물큰 침이 돌지.
콩들이 쏟아진다. 얼어서
뭉쳤던 모조 눈알도 쏟아진다.
소년은 제 불알을 놀듯 어미의 젖을 잡아당긴다. 찬란한
오색 젖이 뿜어지고 흰개미들이 얼른 길을
덮는다. 나는
송사리야. 물살에 머릴 박고 꼬리를 살래살래 치며 엄마,
이곳은 납골당이지? 나는 부장품인가? 엄마, 이곳은 늘
환하고 언제나 곡소리를 모방한 음악이 흐르는군. 곡을
따라 내 유두엔 어느새 머리칼이 자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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