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님 / 순하디 순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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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2 13:40본문
고해성사를 막 끝낸 편안한 음색으로 저녁이 내린다 저희들끼리 소란스럽던
물오리들은 없다 순하디 순한 저녁이다 당신은 울혈이
잡히지않은 목청으로
내게 누구예요? 라고 묻는다 당신도 이제는 여기에 없다 어느덧 어두워진 물
은 내 곁에 와 발목에
찰랑이며 복사뼈를 장난스럽게 톡톡 친다 물은 고요하
게 저물어서 내게 묻고 싶은 것이다 당신 누구예요, 라고 목울대에 울컥 하고
자욱하게 번지는 겨운 슬픔에 내몸이 기우뚱한다 화재로 전소되기 직전의 건
물처럼 나는 위태롭게 물가에 서있다
종일 네가 그리웠어,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끝내 말하지 못한다
저녁이 그림자를 차곡차곡 개어
내 호주머니에 넣어줄 때
어떤 완강한 슬픔이 내 척추를 비튼다
나는 저 물 속에 상어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누구냐고?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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