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님 /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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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2 13:42본문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 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 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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