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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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님 /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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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한나라 작성일16-02-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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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밟는다는 건
웃고 떠들고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남자를 보낸다는 건
뚜 뚜 사랑이 유산되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는 건
편지지의 갈피가 해질 때까지 줄을 맞춰가며
그렇게 또 한시절을 접는다는 건
비 개인 하늘에 물감 퍼지듯
피어나는 구름을 보며
한때의 소나기를 잊는다는 건
낯익은 골목과 길모퉁이,
등 너머로 덮쳐오는 그림자를 지운다는 건
한 세계를 버리고 또 한 세계에
몸을 맡기기 전에 초조해진다는 건
논리를 넘어 시를 넘어 한 남자를 잊는다는 건
잡념처럼 아무데서나 돋아나는 그 얼굴을 뭉갠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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